큰 꿈을 품은 사람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2007.05.08 01:37:52 조회1146
명자!
오늘 분명히 보았지
너는 무대에 홀로 앉아
지금까지 네 길을 이렇게 왔구나.
책장 넘기는 소녀와 악보와 벗이 되었고
주위의 쇠붙이가 동료였구나.
나는 새도 없이 외로이 연습한 결과의 날!
날아온 새 10마리가 친구 된 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연주함을 목격하는 영광의 날!
살짝 비치는 우유 빛 피부가 밝은
조명을 받아
조명자의 피부는 맑다 못해 환했지.
책장 넘기는 긴 머리 소녀는 로마 병정같이 우두커니 섰다
무얼 아는지 제 때에 책을 넘겨주고
손바닥이 위로 가게 뭘 또 가끔은 누르고 있었지.
리듬은 높았다 낮았다 아주 여리게 깊은 생각의 늪으로 몰아가고
무언가 읊조리는 듯하나 애원하듯 다가오는 선율엔
기쁨과 번뇌와 장엄함이 숨어 있었지.
대단한 명자!
음악이나 삶이나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시간과 노력과 인내의 대가를 치러 온
환희의 모습을 지금 보고 있는 거야.
뭐가 뭔지 모르는 음악은
기억 속에서 풀어내는지
분명한 건
음악을 만들어 낸 사람과 한 몸이 되어
잘 익은 포도주같이 달콤하고 감칠맛 나는
웅장함을 우렁차게 풀어내는 것!
긴 쇠붙이를 머리에 이고 나팔은 우릴 향해 열려 있는
때론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나 거기엔 음률의 질서가 있고
천지 창조의 신비하고 놀라운 선률은
잠자던 내 영혼을 깨우고
아직 깨우치지 못하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나를 산산조각내고 있는 것이였어.
간혹 가벼운 기차가 달리 듯 아니
자전거 패달을 밟듯
경쾌한 희망의 속삭임
무식한 관객은 나름대로 해석하고 즐거웠어.
손이 바빠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면
발까지 바빠지고
길고 긴 잠에서 깬 듯 열정적인 두드림
무엇을 향한 갈구함
성취한 듯한 선율에 감동 받고
오장육부가 오대양 육대주가 되었다 다시 오장육부로 돌아와
평정을 찾고
때론 경쾌하여 어깨춤이 절로 나오고
천지를 깨우는 듯한 진동이여!
나를 깨우는 신비한 깨우침이여! 약해지던 선율이
조용히 움직이다
와장창 쿵짝!
그 무엇을 벗어 버리는 듯한 세계여!
"아! 이제 알았고 들었고 보았어!"
이제 나를 벗고
두려움을 벗고
욕망을 벗고
나의 나됨 모든 것
가지치기하여
“포도나무에 접붙여진 생명을 향하여! 자, 출발임을!”
누군가가 말했어
당신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할 뿐이라고!
돌아서는 발 길
제 각각 흩어질 때
‘명자, 머릿속엔 무엇이 들어있어 맘대로 쥐고 흔들고 두드리나......’
'책상 한 번 맘대로 두드려 본 적이 없는 내 약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