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 소설가
1875년 6월 6일생.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토마스 만은 독일 뤼베크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사업가였던 아버지 토마스 요한 하인리히 만은 네덜란드 영사, 시 의원, 부시장을 지내며 부와 권력을 동시에 누린 인물이었고 어머니 율리아는 독일인 아버지와 포르투갈계 브라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예술가 기질이 다분한 인물이었다. 형 하인리히 만 역시 '충복', '오물 선생' 등을 집필한 소설가였다. 훗날 토마스 만은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해 "잘 보살핌 받아 행복했다"고 기록한 바 있다. 1905년 뮌헨대학교 교수의 딸인 카타리나 프랑스하임과 결혼하여 3남 3녀를 낳았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던 그에게는 학업보다 독서 체험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고등학교 때는 하이네, 폴 부르제, 헨릭 입센 등을 읽었고 스무 살 이후에는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1898년 첫 책으로 단편집 '키 작은 프리데만 씨'를 출간하였고 1901년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이 장편 소설은 1929년 토마스 만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을 시작점으로 '비정치적 인간의 고찰', '독일 공화국에 관해서' 등 정치적 주제를 견지한 글을 썼으며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민주주의 정부를 옹호하는 강연 활동을 꾸준히 이어 나갔다. 1933년 1월 히틀러가 수상으로 임명되자 2월부터 망명에 들어갔으며 1936년 독일 국적과 본 대학 명예박사 학위를 박탈당했다. 1938년 미국으로 이주하고 1944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1949년 괴테 탄생 200주년 기념 강연 청탁을 받아 16년 만에 독일 땅을 밟게 되었다. 1952년 매카시 위원회가 그를 공산주의자로 지목한 것을 계기로 스위스 취리히로 거처를 옮겼으며 그곳에서 1955년 사망했다. '마의 산'과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외에 주요 작품으로는 '트리스탄', '대공 전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요셉과 그의 형제들', '바이마르의 로테', '파우스트 박사'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작품 해설
〈트리스탄〉
《토마스 만 단편 전집》 제2권에 수록된 9편의 작품들을 모두 관통하는 한 가지 특징은 삶과 죽음의 대립이다, 이것은 예술성과 시민성의 갈등, 또는 예술가 기질과 시민 기질의 충돌, 삶과 예술의 대비와 갈등으로 표현되는데, 이러한 기본 테마는 단편 〈트리스탄〉에서도 나타난다. 거의 동시에 쓰인 〈토니오 크뢰거〉에서는 예술성이 심리적 혹은 사회적 병으로 나타나는 데 비해, 〈트리스탄〉에서는 육체적 질병 및 죽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바그너의 음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패러디한 작품 〈트리스탄〉은 1901년 봄에 쓰여, 〈토니오 크뢰거〉와 함께 1903년 단편집 《트리스탄》에 발표되었다. 〈트리스탄〉의 중심 테마는 병과 죽음으로 기울어지는 예술성의 정신과 현실의 시민세계, 즉 넘치는 생명력으로 생활의 기쁨을 누리는 삶 사이의 갈등이다. 이러한 갈등은 작가 슈피넬과 한자동맹 도시의 시민 클뢰터얀이라는 상인을 통해 대변된다. 이 중심 테마는 바그너의 음악극 ‘트리스탄 모티프’, 즉 죽음에 이르게 되는 불행한 사랑의 상징인 트리스탄 모티프를 통해 견고해진다.
〈토니오 크뢰거〉에서와는 달리 〈트리스탄〉에서는 예술가도 희화적으로 그려진다. 작가 슈피넬은 하루의 대부분을 자기 방에서 글을 쓰면서 보내는 기이한 인간으로 독자에게 소개된다. 슈피넬은 무슨 광물인가 보석인가 하는 별난 이름을 가진 작가로 요양원에서 세월을 축내고 있는 특이한 인간으로 묘사된다. 그는 작가이긴 하지만 책이라기보다는 노트 형식으로 써놓은, 장편소설 비슷한 것을 펴낸 것 이외에는 문학적으로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가 유일하게 쓴 책은 늘 그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데, 충직한 요양원의 집사 폰 오스털로 양이 일하다가 잠시 쉬면서 15분 안에 다 읽었을 정도로 폄하된다. 슈피넬이란 인간은 전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환상 속, 꿈속의 현상들만이 그에겐 현실성을 갖는다. 그는 아파서 요양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건축양식 때문에 요양원 ‘아인프리트’에 머무르고 있다. 그는 주위 세계를 자기 자신의 미학적 기준에 따라 측정하며, 삶은 그에겐 모든 아름다움의 영원한 적대자요, 증오의 대상이다. 슈피넬과 대비되는 클뢰터얀은 생활력이 강하고 넘치는 생명력을 구현하고 있는 인물이며 동시에 거칠고 저속한 사람으로서 슈피넬이 증오하는 인물이다.
가브리엘레 클뢰터얀은 작품 시작에서는 전적으로 남편의 영향하에 있고 오로지 ‘클뢰터얀의 부인’으로 표현된다. 슈피넬은 가브리엘레라는 인물에 숨어 있는 예술가적 욕망과 동경을 발현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녀가 요양원 피아노에 앉아 슈피넬 앞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고 난 후 〈트리스탄과 이졸데〉 악보집을 발견하여 ‘그리움의 모티프’에서 출발하여 ‘사랑의 모티프’를 연주하는 동안(8장) 그녀의 본래의 존재가 드러난다. 이 신비스러운 사건은 갑자기 그녀를 지배하여 현실은 그녀의 존재에서 희미해진다. 이런 현상은 그녀를 자신감에 넘치는 남편의 세계에서 멀어지게 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가브리엘레에게는 슈피넬의 냉정하고 삶에 적대적인 유미주의는 치명적 유혹이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슈피넬은 정신적, 예술적, 종국엔 육체적 몰락의 위험한 전염 균이 됨으로써 삶을 망치는 힘이 된다.
슈피넬과 클뢰터얀의 논쟁(10장~11장)에서 예술적 기질과 시민성 사이의 ‘결투’는 무승부로 끝난다. 슈피넬은 클뢰터얀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를 천박한 미식가로 표현하며 가브리엘레를 추한 세계로 데려갔다고 하면서 “고상하게 피어나는 죽음의 아름다움을 저속한 일상의 용도로 이용한다.”고 비난한다. 슈피넬이 보낸 편지를 들고 나타난 클뢰터얀은 슈피넬을 비열한 인간이라고 하고, 자기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건전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슈피넬의 주장을 반박한다. 클뢰터얀 자신도 아내가 단지 기관지를 앓고 있다고 생각하는 낙관주의적 환상 속에 살고 있었는데, 결국 아내가 폐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자 “그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흘렀다. 이때 그의 마음속에서 선량하고 인간적인 감정이 솟아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표현하면서 작가 토마스 만은 클뢰터얀에게서 일말의 인간적인 감성을 드러낸다. 이로써 이 작품의 서술자는 슈피넬이든 클뢰터얀이든, 어느 누구도 상대방을 납득시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오직 가브리엘레만 순수한 예술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대가를 죽음으로 치른다.
단편 〈트리스탄〉에서 토마스 만은 인간적 감성이나 사고, 또 인간의 근심이나 걱정을 알려고 하지 않고 인간과 세계를 판단하는 예술가의 세계를 조야한 삶을 즐기고 기뻐하며 정신적 고민이 부재하는 시민성과 대비시켜 폭로한다. 내적으로 견고하지 못한 시민적 쾌적한 삶과 예술 사이에서 동요하는 병든 가브리엘레 클뢰터얀에게 끼치는 예술의 영향을 통해, 이 사건은 풍자로 확대되고 하나의 비극적 운명이 기본 테마에서 파생된다. 예술은 더 이상 시민적 현실의 삶에 낯선 반대 세계가 아니고 삶을 위협하는 무서운 힘이 된다. 가브리엘레 클뢰터얀이 결국 폐병으로 죽지만 그녀의 죽음은 ‘트리스탄 음악’의 신비한 마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광상 속에서 요양원의 여러 곳을 유령처럼 돌아다니는 횔렌라우흐 여사의 등장에 대해 슈피넬이 “목사 부인 횔렌라우흐 여사군요.”라고 말하자 가브리엘레는 “네, 불쌍한 횔렌라우흐 여사예요.”라고 말하고 나서 악보를 넘기며 작품 전체의 마지막 부분, 즉 이졸데가 사랑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 Isoldes Liebestod’을 연주한다. 그럼으로써 그녀는 결국 자기 자신의 죽음을 부르게 된다.
【오청자】
〈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의 단편 소설 〈토니오 크뢰거〉는 1900년 12월부터 1902년 11월 까지 쓰여져 1903년 〈노이에 도이체 룬트샤우〉에 발표되었고, 같은 해 단편집 《트리스탄》에 실렸다. 소설 〈토니오 크뢰거〉는 토마스 만의 자서전으로 평가될 정도로, 주인공 토니오 크뢰거는 토마스 만의 전형적인 자전적 특징을 갖고 있다. 실제로 고향 뤼벡에서의 학창 시절 토마스 만의 동급생 아르민 마르텐스는 작품 속 한스 한젠의 모델로, 절친인 화가 파울 에렌베르크는 리자베타 이바노브나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토니오 크뢰거〉는 시민적 삶을 동경하는 예술가 토니오 크뢰거가 예술성과 시민성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의 1~2장에서는 발트해에 있는 고향 뤼벡에서 체험한 토니오 크뢰거의 학창 시절이 그려진다. 토니오는 그의 모든 사랑이 푸른 눈을 가진 금발의 동성 친구 한스 한젠을 향해 있는, 시민적 세계에서의 아웃사이더다. 한스는 모든 면에서 토니오와는 상반되는 인물이다, 한스가 성찰이나 숙고와는 거리가 먼, 자연스럽고 건강한 시민의 삶을 사는 것과는 달리 토니오는 예술성과 시민성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느끼는 인물이다. 토니오는 토마스 만의 예술가상을 대변하는 인물로서 어설픈 예술가가 아닌 진정한 예술가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렇듯 예술가가 삶과 예술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은 토마스 만의 초기 작품을 관통하는 요소이다.
이 작품의 중심 역할을 하는 부분은 주인공 토니오 크뢰거와 그의 친구인 화가 리자베타와의 긴 대화이다. 이 두 사람의 대화로 구성된 4장은 사실상 대화체 형식을 빌린 토니오의 독백으로서, 예술에 대한 그의 고찰이기도 하다. 이것은 예술과 삶의 관계, 그리고 그 당시의 미학에 대한, 작가 토마스 만의 독백이라고 평가된다.
주인공 토니오 크뢰거는 이미 문단에 이름이 알려진 작가이고 예술적으로 매우 유능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나 관계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는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용기가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성인인 토니오 크뢰거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인식하고 통찰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아웃사이더가 되어 늘 홀로 남는다. 토니오는 예술가 사이에서도, 시민 사이에서도 불편함을 느끼지만 자신을 시민적인 것을 부정하지 않는 예술가로 본다.
토니오의 문학은 예술과 삶을 엄격하게 분리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토니오 크뢰거에게 세상은 두 부분, 즉 정신과 자연으로 나뉘어져 있다. 자연은 시민성이고 삶이다. 그는 예술적 정서와 관련해 말하면서 “감정이란, 마음에서 나오는 따뜻한 감정이란 항상 진부하고 쓸모없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의 예술철학과 반대로 리자베타는 정화시키고, 신성하게 만들어 주는 문학의 효과를 토니오에게 환기시키면서 그의 사고에 반박하는 논거를 제시한다. 토니오는 사실 자신이 정신과 예술에 대한 영원한 대립 개념으로서의 삶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정상적이고 예의 바르며 사랑스러운 것이 우리가 동경하는 영역이며, 그것이 바로 유혹적인 진부성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삶인 것입니다.”라고 고백하며 끊임없이 시민적 삶에 대한 사랑을 동경하고 갈망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리자베타는 예술가의 무가치성과 삶의 가치를 언급하는 토니오의 예술관에 대한 장황한 고백을 듣고 대화의 마지막에 이렇게 진단한다. “당신은 길을 잘못 든 시민입니다. - 길을 잃고 헤매는 시민이지요.” 리자베타가 자신을 꿰뚫어보았다는 사실을 알고 토니오는 “이제 난 안심하고 집으로 갈 수 있겠군요. 나는 해결되었으니까요”라고, 예술가로서 자신의 정리된 입장을 표현한다.
마지막 9장에서 토니오는 리자베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새로운 예술철학을 요약해서 “나는 두 세계 사이에 서 있고, 어느 세계에서도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살아가기가 좀 힘듭니다.”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주인공이 시민적 세계에도, 예술적 세계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지만 예술가로서 시민적 삶을 용인하려는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정말이지 나로 하여금 모든 예술성 속에서, 모든 특이한 것과 모든 천재성 속에서 무엇인가 매우 모호 한 것, 매우 불명예스러운 것, 매우 의심스러운 것을 알아차리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이 시민적 양심이며, 나라는 인간의 내부를 단순한 것, 진심인 것, 유쾌하고 정상적인 것, 단정한 것에 대한 맹목적인 사람으로 가득 채워주는 것도 바로 이 시민적 양심인 것입니다.”
【오청자】
출처 :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DA=LB2&bookId=6534611&q=%ED%86%A0%EB%A7%88%EC%8A%A4%20%EB%A7%8C%20%EB%8B%A8%ED%8E%B8%20%EC%A0%84%EC%A7%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