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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두메 산자락에 바위가 한 덩이 있었고,
그 바위 곁에는 진달래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바위는 아무도 오가는 사람이 없는 산모퉁이에서
진달래로부터 계절을 알아내곤 하였다.
봄은 뽀얀 안개가 숨겨 오곤 하였다.
안개가 며칠 산자락을 휘감았다가 사라진 뒤에 보면
진달래 꽃봉오리가 불긋불긋 벙글어 있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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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내 진달래 꽃이 지고
푸른 잎이 피어나면 여름이었다.
가을은 푸른 잎새에
노을이 설핏설핏 묻어나면서 왔고,
겨울은 나무들이 모두들
바위처럼 맨몸이 되면서부터 시작되곤 하였다.
![](http://www.dutchart.com/KFP992.jpg)
그런데 이번 겨울에 바위는
진달래 빈 가지에 매달린 이상한 것,
고치를 보았다.
고치는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가볍게 흔들리거나 할 뿐
떨어져 나가지를 않았다.
바위가 물었다.
'거기 그 속에 누가 있니?"
"네, 있어요."
"누구니?"
"애벌레예요."
바위는 후후 웃었다.
![](http://www.dutchart.com/KFP988.jpg)
"그럼 너도 나처럼 갇혀있구나."
"아녜요. 나는 갇히지 않았어요."
"갇히지 않았다구?"
"네, 나는 지금 이 고치 속에서 꿈을 꾸는 걸요.
나비가 되어 저 푸른 하늘을 훨훨 날 꿈을요."
바위는 다시 침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저렇게 하잘것 없는 고치 속에도 꿈이 있는데, 나는 뭐람.'
생각할수록 바위는 자기가 저주스럽기만 하였다.
![](http://www.dutchart.com/KFP997.jpg)
그런데 이번에는 고치가 물어왔다.
"아저씨는 무슨 꿈을 꾸나요?"
"꿈? 나같이 닫힌 가슴속에
무슨 꿈이 있을 수 있겠니?"
그러자 고치가 말했다.
"에이, 아저씨는 크니까
나보다도 더 큰 꿈이 있을 텐데요, 뭘."
"뭐라고? 더 큰 꿈이 있다고?"
"그럼요, 뜻 깊은 비석이 된다거나
아름다운 시비가 된다거나
조각품이 된다거나요."
비로소 바위의 가슴은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이상은 정채봉님의 '희망의 주소'라는
동화같은 이야기입니다.
글...정채봉 님의 '희망의 주소'
곡... Club 8 - Hope For Winter
그림... Ton Schul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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