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
한 여자가 중병에 걸려 가사상태에 빠졌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경계선을 방황하고 있는데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누구냐?” “저는 쿠퍼 부인입니다.
이 도시 시장의 안 사람이지요.”
“네 남편이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제니와 피터의 엄마입니다.”
목소리는 대답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물었다.
“네가 누구의 엄마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선생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너의 직업이 무어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매일 교회에 다녔고,
남편을 잘 보조했고,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나는 네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네가 누구인지 물었다."
결국 여자는 시험에 실패했던 것 같다.
다시 이 세상으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병이 나은 다음 그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
나도 이야기 속의 여자처럼 누구의 딸이고,
누구의 선생이고, 누구의 이모이고
등등의 대답 외에 진정 내가 누구라고 답할 수 있을까?
‘명마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뛴다’고 했다.
나도 삶의 ‘명마’가 되기 위해
이제껏 뒤 한번 안 돌아보고 좀 더 좋아 보이는 자리,
좀 더 편해 보이는 자리를 위해 질주했고,
숨을 헐떡이며 지금의 이 자리에 까지 왔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
나는 이제껏 나만 보고 살았는데,
열심히 나를 지키고, 나만을 보살피며 살았는데,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토머스 머턴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길이
“‘자기’라는 감옥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창살 없는 그 감옥에 나를 가둬두고
온갖 타이틀만 더덕더덕 몸에 붙인 채
내가 누군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글... 장영희 교수님
곡... "Donna Donna" ( Joan Baez)
그림...이수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