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다시 합창 연습이 시작된 날
환한 햇살, 투명한 대기
하지만 바람끝이 아직 차다. 손이 시렵다
몇 달만에 다시 만나는 얼굴들이 무척 반갑다.
새로운 얼굴도 보인다.
몇몇 후배들의 참여에 소프라노 소리가 더 고와졌다.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경쾌하고 즐거운 멜로디로 시작을 연다.
"라일락은 향기로 말해요~~♬♬
라일락은 향기로 말해요~~♬♬"
선배 한 분이 노래에 실려오는 그 시절의 감성에 겨워
추억 한 자락 꺼내 보여준다.
옆집 사는 대학생이 창문으로 라일락 가지를 던져주는 장면,
상상만 해도 설레는 시츄에이션!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창문을 막아버렸더란다.
창문은 막았어도 갓 스물 넘은 청춘남녀의 만남은 막을 수 없다는 걸 아셨을라나?
모든 노래는 추억과 그리움이 있어 더 아름다우니
그런 감성으로 불러보자고 하신다. 잠깐의 추억 소환~~
MZ 세대가 고풍스런 앤티크 바라보듯 신기해 할지도 모르는 흑백 스토리....
흑백이건 칼라든 로맨스는 로맨스다.
이번엔 '님이 오시는가' 연습합니다. 18페이지....
"백합화 꿈꾸는 들녁을 지나
달빛 먼~길 님이 오시는가♪♬"
노래를 시작하기 전
궁시렁거려본다.
"오실 님도 없고 암만 불러도 오지도 않는데.... 쩝!"
그러자 옆 줄 선배님 왈,
"아이고 님이 오기는 커녕 가시고 있네, 간다고~"
하긴 ㅋㅋㅋ
"맞아요, 맞아. 가다 못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하게 생겼습니다요."
갑자기 지휘자께서 웃음을 못 참으며
누군가의 흉내를 낸다.
"얘가~ 하시는 게 꼭 초등학생들 같아요"
6, 7, 8학년들도 얘, 쟤 하며 떠드는 허물없고 즐거운 교실.
바로 동문합창단 연습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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