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저 할머니 좋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그런다.
작은 녀석은 보자마자 방글방글 눈웃음 볼웃음 뿅뿅 보내고
큰 녀석은 까만 두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며
마치 선언처럼 던진다.
"나, 저 할머니 좋아"
처음엔 벌로 들었다.
거실 바닥에 널려있는 장난감은 수시로 흩어졌다 모였다...
그때마다 여기도 앉았다 저쪽에 앉았다
주방 쪽으로 내달렸다 하면서도
몇 번이나 저 할머니가 좋단다.
가끔 와서 등짝에 조그만 손으로 매달리기도 한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 녀석 첫 돌에 처음 봤을 때
곁을 주기는 커녕
눈도 맞추지 못하고 헤어졌는데
작은 녀석 첫 돌 맞는 동안 그새 컸다고
말도 잘한다.
제법 서사가 있으니 생각없이 하는 말은 아닐 터
몇 번 듣고나니 가슴이 다 설렌다.
사랑고백을 언제 들었나, 기억도 가물한 황혼에
저 야들야들, 보들보들한 입으로 사랑 고백을 듣다니
은근히 좋다가 나중엔 대놓고 행복하다.
'저 할머니 덕분에, 난 이 할머니가 됐어요'
이 할머니가 된 올케. 시누 올케가 '저 할머니'와 '이 할머니'로 구별된 시간.
그 녀석 잠든 사이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나 저 할머니 좋아'
그 말이 자꾸 따라온다.
며칠 동안 수시로 떠오른다.
닳을까봐 소중히 넣어놓고
감춰 둔 선물처럼 가끔 꺼내서 듣는다.
"나 저 할머니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