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23기 한탄강트래킹-
엊저녁 갑작스레 방문한 꼬맹이손님(외손주)들 덕분에 새벽녁 꽃걸음카톡방에서 본 한탄강 트래킹 코스~
오잉~?
갑작스레 3명이 불참인지라 누구든 올 수 있으면 오라는 석분이의 공지를 보고 갑자기 발동이 걸렸다.
9시50분 고속터미널 8-2입구 앞이면 갈수도 있을듯?
부랴 부랴 꼬맹이들 아침을 준비하고 유치원에 갈 준비를 서두르는 발걸음이 가볍다.
9시30분 딸래미와 바턴터치...
물 한병만 챙겨들고 가는 길에 오전일정를 취소하는 카톡문자를 날리고는 고속터미널로 직행!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가는 버스안에서 코스설명 들으니 아이젠이 필요하다고...이런...
아이젠 신고 강 위를 걷는 건 포기하려는 순간 석분이가 전화로 문의한 결과 얼음이 녹아서 아이젠으로 걷는길이 폐쇄 됐다는 반가운(?) 소식...ㅎ
나 빼고 모두 들고 온 아이젠은 버스에 두고 내리란다...ㅎ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내편이로구나..ㅋ
점심을 든든히 먹고 한탄강 주상절리 입구로 들어서서 긴 설명과 주의사항을 듣고 손팔찌를 체크하고 감탄사와 함께 지그재그친구들 사진 한장 찰칵!
10분쯤 걷 다보니 신발이 이상하다...뭔일이래?
밑창이 덜렁덜렁...
서두르는 날 위해 남편이 꺼내 준 십년 묵혀둔 등산화를 신고 나선게 잘못이네...이런...
석분이의 즉석조언으로 등산화 끈과 스패츠로 단단히 밑창을 묶은 후 조심스럽게 걸어본다.
난감하지만 경험 많은 석분이가 험준한 산도 탔으니 충분히 갈수 있다고 하니 씩씩하게 무조건 직진이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 좋은친구들과 함께 걷는 겨울한탄강주상절리소풍길 룰루 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친구들과 나도 한방 찍어볼까나?
얼음 위 바위 앞에 포즈를 잡은 문희의 요염한 자태에 홀려 나도 모르게 바위곁으로 다가가 이리저리 포즈를 잡으며 여러장의 사진을 찍다보니...
갑자기 한쪽발이 쑤욱 강물 속으로 빠져버렸네...
오메나 뭔일이래?
우리가 지금 깊은 물가 얼음 위에 서 있었던거야?
순식 간에 벌어진 사태에 순발력 짱인 화숙이와 명숙이의 부축으로 재빨리 빠져 나오기는 했다만 물에 푹 젖어버린 바지, 양말, 등산화를 어쩌면 좋을꺼나?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친구들 배낭 속에서 이런저런 물건들이 나오니 안경숙이 여분의 양말, 손수건, 비닐봉지 배명숙이는 신던 긴 양말까지 벗어주네...고마운 친구들...
푹 젖은 신발에서 물을 털어내고 새양말을 신고 비닐로 감싼 후에 등산화를 신고 젖은 바지 밑으로도 긴양말과 비닐로 감싸고 나니 시린 발이 조금은 진정된다. 떨어진 밑창을 끈으로 단단히 묶고 다시 출발이다.
걸으며 생각해 보니 만약 그 순간 화숙이와 명숙이가 양팔을 잡고 꺼내주지 않았다면 소름이 오도도 돋는다. 한발이 빠지는 순간에 본 얼음 밑 물은 꽤 깊었다.
우영애는 역사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며 열심히 찍어대고 위기를 모면한 친구들은 재잘재잘 조잘조잘거리며 발이 시리지는 않는지 걷기 불편하지는 않는지 챙기며 다시 열심히 사진 찍기에 돌입이다...ㅋ
역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명문 수도여고23기 친구들이 쨩!쨩!쨩이다.
평온한 가운데 여기저기서 포즈를 잡는 친구들 웃음소리가 은쟁반 위 옥구슬처럼 청아하다.
한탄강 얼음 위 포근한 햇살이 퍼지고 푸른 하늘과 흰구름, 무리지어 걷는 사람들 뒤로 주상절리와 멋진 빙벽이 장관이다. 재촉하는 대장과는 대조적으로 나를 핑계로 친구들은 멋진 바위에 앉아 포즈를 잡으며 깔깔꼴꼴 엔돌핀이 마구마구 솟구쳐 오른다.
장관인 승일교 밑 빙벽 앞에서 일생의 사진 찍기를 끝으로 더 멋진 길을 걸으러 일부는 떠나고 끝까지 걷겠다고 결심했던 나는 정자앞에서 기다리는 버스를 타고 카페에서 쉬기로 했다. 남겨진 연약한(?) 권연숙, 한동순과 함께 따뜻한 차와 케익을 먹으며 밑창 떨어진 등산화에 물에 빠진 아찔한 순간까지 해학으로 넘기며 깔깔꼴꼴 오랜만에 마음껏 웃어제낀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송영자와 잠깐 이야기를 하며 다시 한번 갈아 신은 양말과 등산화...ㅋ
밑창 떨어진 운동화 사진을 크게 찍어서 올려볼꺼나?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도 꽤나 많이 있을듯 싶으니 대책도 올려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에 빠질때 옆에서 세심하게 챙겨준 배명숙이 청테이프와 끈을 여분으로 배낭에 넣고 다녀야겠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어디서든 누구든 비상사태가 일어나는 경우를 대비해서....
참 마음이 곱기도 하지.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오늘 해프닝의 1인자로 등극하며 친구들의 건강을 위해 무한정 쏟아져 내리는 웃음엔돌핀을 만들수만 있다면 기꺼이 이 한몸 희생하리라...ㅎ
내 오른발 한짝의 희생으로 많은 친구들이 물에 빠지는 불상사를 면했으니 오늘은 참으로 운수 대통한 좋~은 날이다.
언제나 운수 좋은 날만 계속 되기를 바라며 함께 한 24기,25기,27기 후배들도 건강하게 자주 만날 수 있기를...
♧23기 양윤애♧